얼마 전 한 달간의 일정으로 국토 일주에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일주일 내내 비를 몰고 다녔고 태풍 ‘링링’ 까지 와서 여간 불편을 겪은 게 아니었다.
빗속을 다니자니 운동화 두 켤레는 금방 젖어서 신고 다닐 수가 없어서 물신을 신고 다녔다.
경기도 연천에서 비를 피해 춘천으로 가던 도중 ‘김유정 문학관’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903년에 태어나 1937년 요절을 할 때까지 31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한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촌을 만들고 경춘선 전철역 이름을 김유정역으로 바꾸는 등 김유정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 석 자를 이용해 관광자원화하는 춘천의 능력이 매우 부럽기만 했다.
근래에 제천에서는 옛 동명초 부지의 광장 이름을 공모해 ‘여름광장’이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공모형식의 수단을 빌리기는 했지만, 왠지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매년 그 광장에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아이들에게 물놀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좋은 일이다.
물놀이 시설을 두 해 설치했었다고 광장 이름을 여름광장이라 부르겠다는 건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인다.
그 물놀이 시설이 어느 지자체장이 만들었는가를 연상시키는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겠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천의 역사와 함께 오래 불러야 하는 이름으로는 부적절해 보인다.
동명초등학교는 독립운동가 몽호 황학수 선생(1879~1953)이 설립자다.
의병 전쟁 이후 조직된 임시정부 광복군의 총참모장을 지낸 몽호선생은 제천에서 출생한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우국지사이기도 하다.
몽호선생 외에도 근대사에 이름을 남긴 역사적인 인물이 많은데 지역의 역사와 연결 짓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말로만 의병의 고장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세세한 부분에 지역의 역사를 접목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